결혼을 하고 딱 3년이 되는 날 결혼식을 하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결혼식 없이, 결혼했다. 딱, 부모님 상견례와 혼인신고. 2가지가 우리가 결혼을 하면서 필요한 전부였다. 결혼식을 주변 지인에게 알리는 행사의 부재는 친척과 친구들이 우리의 결혼 사실을 모르게 만들었다. 나중에 일부 친척들이 알게 되었지만, 공식적으로 우리는 아직 연인이었다. 친구들은 직접 만나는 사이에서만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했기에, 우리의 결혼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한두명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많아졌다. 딱히 결혼한 사실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SNS나 친구들의 말을 통해서 우리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친구들도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당황해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결혼 사실을 알아가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친척들은 그 경우가 좀 달랐다. 이게 의외로 친척들한테 알리는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3년 정도가 흘렀다. 처음에는 다양한 이유로 결혼식을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식을 하지 않을 이유는 사라져갔다. 결혼식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다양한 의무에서 해방되었었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 각자의 집에 각자 가면 되었다.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거나 불편할지도 모르는 여러 질문들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결혼을 하면서 오가는 다양한 말들이 정말 불편한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결혼을 준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많은 다툼과 분쟁들을 모두 한 편으로 치워버리고 우리 사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당연히 아이는 없었고, 서로의 가족들이 그 동안 쌓아올린 유대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힘들어 할 이유도 없었다. 우리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맞춰가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 둘과, 친척을 모두 제외한 서로의 부모님만 남았음에도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대체 결혼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 덕분에 결혼식은 온전히 우리를 위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하는데 서로의 이해가 일치했다. 이미 원하는 결혼식을 하기 위해 서로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서로가 원하는 결혼식의 모습도 알고 있었다. 결혼식을 하면서 가구도 장만하고 집도 구하고 기타 등등 돈이 필요한 모든 일들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결혼식 축의금을 남겨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 했다. 어차피 손님이 많이 와봐야 돌려줘야 하는 빚이고, 당장 현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양가 부모님들도 딱히 돌려받아야 할 것은 없다고 하셨고, 우리 둘 다 첫째이고 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동생들 결혼식을 크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 핑계를 대면서 하객수 양가 합쳐서 40명(+알파 최대 10명)으로 결혼식을 구상하고 있다.

결혼식은 호텔에서 일반적인 축의금으로는 적자가 나는 식비로, 3촌까지도 다 못 오는 인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어차피 다 못 오니, 평일에 휴가를 쓰고 올 수 있는 사람만 참석하도록 했다. 평일 점심 호텔 스몰웨딩은 그렇게 준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