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시장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내가 하는 일들

·

·

,

전기장판 출판사의 시작

전기장판 출판사는 배우자(작가 이레이다)의 작업을 도서 형태로 출판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첫 책인 “까미노 여행 스케치”는 일종의 도록이자 포트폴리오였다. 그림 그리는 작가가 전시를 통해 그림을 판매하여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판매해서 그림으로 돈을 벌자는 생각이었다. 출판사 설립부터 종이책과 전자책 편집, 유통사 계약 등 모든 것을 배우자 혼자 진행했다. 그렇게 그림 작가의 첫 책은 맞춤법은 아쉬울지 몰라도, 그림을 감상하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책이 되었다.

내가 독립출판 일을 하는 이유

연구원 일은 그만두고 독립출판계에서 일하는 이유는 독립출판계가 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누구나 블로그, SNS 등으로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상대적으로 긴 글이 담긴 책과는 그 역할에 차이가 있다. 독립출판은 책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기성 출판과 다른 매체 간의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전공이나 재능(?)은 독립출판 쪽 업무와 전혀 다르기에,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이미 포기했다. 원래 꿈은 즐겁고 편하게 한량처럼 사는 것이다. 지금은 배우자가 몸 담고 있는 독립출판계가 좀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레이다 작가의 고양이의 만행 시리즈

전기장판 출판사가 하는 일

독립출판물 전자책 제작 및 유통

“까미노 여행 스케치” 출간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전기장판 출판사는 다른 독립출판물을 전자책으로 제작해서 유통하고 있다. 독립출판물은 대부분 종이책이다. ISBN을 받지 않거나, ISBN을 받더라도 대형 유통사(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와 계약하지 않은 독립출판물은 독립서점이나 작가의 개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독립출판물은 쉽게 접하기 어렵다.

전기장판 출판사는 이렇게 독자들의 접근성이 아쉬운 독립출판물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립출판물은 제작 비용에 비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작비를 최소한으로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세를 높이고 전자책 제작비를 받지 않고 있다. 초기에는 선인세도 지급했다.

비록 작은 출판사지만, 전기장판은 유통하는 도서의 정확한 판매 현황과 매출을 작가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얼마 전 음악계에서 수입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은 것처럼, 출판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정산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모르는 작가들도 많다. 우리 출판사는 직원도 없는 작은 출판사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인세를 지급하는 것만큼은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통사의 판매내역을 다운로드하고, 서로 다른 유통사 양식을 통일해서 작가들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전산화했다.

독립출판물(종이책) 유통 대행

이레이다 작가의 고양이의 만행 시리즈

전기장판 출판사는 독립출판물의 전자책 제작 및 유통 외에도 이미 출간된 독립출판물의 유통을 대행하는 일도 하고 있다. 독립출판물은 ISBN을 발급받지 않거나 발급 받더라고, 여러 이유(출판사 도서 종수 제한, 적은 인쇄 부수, 배본사 비용, 계약 및 정산의 어려움 등)로 대형 유통사와 계약하지 않는다. 독립출판 작가들은 많은 경우 다른 일과 겸업으로 출간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을 출간하더라도 유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ISBN을 발급 받지 않은 책은 ISBN을 발급 받고, 전기장판 출판사에서 배본과 유통을 대행한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소량(100부 이내)도 대형 서점에 유통할 수 있다. 많은 책들이 유통의 어려움으로 독자를 만나지 못하고 잠들어 있다. 그리고, 판매되지 못한 책들은 다재다능한 작가들이 독립출판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독립출판물 유통 대행 서비스는 독립출판 작가들이 한 달에 밥 한 번 먹을 돈으로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YES24 등 대형 서점에 책을 납품하고, 책이 판매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잠들어 있는 좋은 책들이 알맞는 독자를 만나게 돕는다. 그리고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작가들이 독립출판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작가들이 책을 2권, 3권 내다보면, 홀로 배본사와 계약하고 책을 유통할 수 있는 규모가 생긴다. 이 때는 전기장판 출판사의 유통 대행 서비스를 떠나서, 독자적인 유통과 판매를 진행하면 된다. 이렇게 독립출판 작가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배우자를 따라 뛰어든 독립출판계에서 나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작가는 아니기에 다른 방식으로 독립출판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댓글 남기기